지난주에 4인 가족이 간만에 극장 나들이를 다녀왔다.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한 가족영화가 없는 상황에서, "히트맨2", "검은 수녀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비밀" 중에 하나를 골라서 보았는데, 우리 가족의 선택은 "말할 수 없는 비밀" 이었다. "히트맨2"는 코믹물이지만, 코믹물을 극장에서 보기에는 약간 아쉬운 마음이 있었고, "검은 수녀들"은 아이들이 무서움에 밤잠을 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선택하였는데,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첫째 딸이 특히나 즐거워 보였고,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피아노 소리도 영화에 감정이입이 쉽게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은 2007년 대만에서 개봉한 판타지 음악 로맨스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와이프와 아이들은 이미 대만 영화를 본적이 있다고 했지만, 도경수 배우와 원진아 배우가 새롭게 만드는 로맨스도 상큼 발랄한 느낌이 있었고, 피아노의 선율도 영화의 재미에 한 몫을 보탰다.
등장인물
도경수(김유진역): 유학 중이던 피아니스트 유준(도경수)은 팔목 치료를 위해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오게 되고, 학교에 처음 간 그날, 신비로운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도착한 연습실에서 정아(원진아)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진아(유정아역): 피아노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던 정아(원진아)는 유준(도경수)을 보자마자, 호감을 가지게 되지만, 그녀에서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아는 현재의 인물이 아닌, 과거의 인물.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섞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신예은(박인희역): 바이올리니스트 인희(신예은)은 유준(도경수)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유준의 마음 속에는 정아만 존재한다. 그렇다고, 인희가 유준의 사랑을 쟁취하게 위해, 스릴러를 펼치지는 않고, 단순하고도 오묘한 대학생의 풋풋한 짝사랑을 연기한다.
줄거리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에 이끌려 음악실에 들어선 유준(도경수)은 아름다운 여인, 정아(원진아)과 마주치게 된다. 보자마자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할 생각을 꿈꾸며,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서 자주보이지 않았고, 음악실에 들어섰을 때, 가끔씩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과에서 주관하는 피아노 배틀에도 나가 어렵게 구한 악보도 선물하고, 유준의 어머니가 주인공인 음악회에도 초대를 해보지만, 정아는 닿을듯 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관계가 지속된다.
정아(원진아)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으로, 음악실 피아노 아래에 숨겨있던 secret 악보를 피아노 연주하면서 신비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피아노를 치는 사이에 정아의 시간이 미래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정아는 유준(도경수)을 보고 반하게 되는데, 유준 역시 정아를 보고 서로서로 첫 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간 여행에는 한가지 규칙이 있는데, 시간 여행을 온 정아는 모든 사람을 볼 수 있지만, 미래의 사람들은 맨 처음 정아와 눈마주친 단 1명만 정아를 볼 수도 있고, 소통할 수가 있다. 다시말해, 정아가 시간 여행을 하면, 처음으로 정아를 본 1명만 그녀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아와 유준의 로멘스가 이뤄질 때는 정아의 시간 여행 첫 관찰자가 유준이어서, 서로서로 알콩달콩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중요한 타이밍마다 정아의 시간 여행 첫 상대가 유준이 아니여서, 번번히 서로서로 엇갈리게 된다.
이 영화는 유준(도경수)과 정아(원진아)라는 캐릭터가 동일한 학교, 동일한 음악실, 동일한 피아노라는 공간에서, 20여년의 시간을 겹치게 만들면서, '현재의 유준'와 '과거의 정아'가 만날 수 있게 하였고, 20여년의 시간 차이로 인한 공간의 왜곡(신축 공사로 음악실과 건물을 없애게 됨)으로 두 사람의 운명에 선택을 강요하게 된다.
유준은 뒷조사(?)를 통해, 정아가 과거의 인물임을 알게 되었고, 유준이 살고 있는 현재에서 정아는 실종된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는 유준이 정아와 만나고자 했던 음악연주회가 있던 날, 신축 공사로 건물을 부수고 있는 상황에서 정아가 시간의 덫에 갇혔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게 된 유준은 오히려, 본인이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들어가는 선택을 하며, 유준과 정아는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인상적인 장면
1. 유준(도경수)이 정아에게 악보를 주기 위해, 피아노 배틀에 참가하는 장면은 도경수 배우가 피아노 연주를 얼마나 많이 연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자연스럽고, 관객들로 하여금 이 영화는 피아노 연주가 메인이고, 배우들의 관계와 감정선이 조미료처럼 뿌려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 정아(원진아)가 유준에게 시간 여행과 관련된 연주곡을 알려주는 장면. 유준이 연주를 몇번 듣고 숙지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결론에서 유준와 정아가 다시 만나서, 해피엔딩을 이끌어주는 요소가 되었다. 또한, 원진아 배우 역시 피아노에 진심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3. 유준과 정아가 같이 '매일 그대와'를 같이 듣는 장면. 전체적으로 서로를 풋풋하게 바라보고, 생각하고, 아끼고, 감사해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정아왈 "우리가 만난 건 기적이야". 사실 스토리를 알고나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단순히 장면 장면에서 사랑의 향기가 나고, 꽃피우는 느낌이었다.
4. 모든 장면 속 피아노 선율.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제대로 외우는 클래식 제목하나 없는 나지만, 영화 속에서 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마음을 젊은 시절로 여행 시켜주는 힘이 가진 듯 했다.
궁금증
영화의 마지막에는 유준은 시크릿을 연주하면서, 무너져가는 음악실 안에서 과거로 돌아간다. 그리고, 정아를 만난다. 그래서 이 결론이 과연 해피엔딩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정아가 미래로 오는 시간 여행에서는 한가지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을 왔을 때, 처음으로 본 사람만 그녀를 인지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규칙.
다행이 유준의 시간 여행 첫 손님은 정아였기에, 둘은 로멘스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유준에게도 시간 여행의 규칙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1. 유준을 알아보는 사람은 정아 뿐이다. 유준은 정아를 제외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을 귀신취급할 것이다. 이런 인생이 재미있을 수 있을까?
2.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인데, 과거로 여행온 유준을 챙겨야 하는 정아는 언제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아무도 유준을 못알아보는데, 경제활동도 불가능한데, 어떻게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3. 과거로 온 유준은 현재의 음악실에 없어진 관계로 시간의 덫에 갇혀서,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이니 궁금한 마음만 담아두려고 한다.
P.S) 참고로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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